표준 발음법 제1장 총칙 제1항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어문규범/표준 발음법|2020. 5.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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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항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표준 발음법 제1항은 표준 발음법의 기본 대원칙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표준어로 규정된 단어들의 발음은 실제 사용되는 발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때 이때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발음을 따른다는 것

먼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른다는 것은 표준어 사정 원칙 제1항에서 규정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의 현실 발음을 기반으로 표준 발음을 정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겹받침의 발음 규정에서 특히 잘 드러납니다.

국어의 겹받침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조사, 어미, 접미사)가 오지 않는 한 겹받침 중 한 자음이 탈락해야만 합니다.

암탉[암탁] / 암탉이[암타기] - 선행 받침 ㄹ 탈락

긁다[극따] / 긁어[글거] - 선행 받침 ㄹ 탈락

값[갑] / 값어치[가버치] - 후행 받침 ㅅ 탈락

그런데 겹받침에 따라 일률적으로 탈락 자음을 정하지 않고 현실 발음을 고려하여 탈락 자음을 정하게 됩니다.

읽다[익따]

읽고[일꼬], 읽지[익찌],

읽어[일거], 읽으니[일그니],

읽는[잉는]

가령 ‘ㄺ’ 의 경우 용언 어간에 국한하여 ‘읽고[일꼬], 읽거든[일꺼든]’과 같이 ‘ㄱ’ 앞에서는 ‘ㄱ’ 이 탈락하고, 나머지 경우에는 ‘ㄹ’이 탈락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밟다[밥ː따]

밟고[밥ː꼬], 밟지[밥ː찌]

밟아[발바], 밟으니[발브니], 

밟는[밤ː는]


넓다[널따]

넓고[널꼬], 넓지[널찌]

넓어[널버], 넓으니[널브니]

또한 ‘ㄼ’의 경우도 단어에 따라 달라져서 ‘밟다’에서는 ‘ㄹ’이 탈락하고 ‘넓다’에서는 ‘ㅂ’이 탈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서울말의 현실 발음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복수 표준 발음을 널리 허용하는 것도 실제 발음을 고려한 결과입다.

‘ㅚ, ㅟ’의 경우, 표준 발음법 제4항에 ‘ㅚ와 ㅟ’는 원칙적으로 단모음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하단 붙임을 통해 이중모음으로도 발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중 모음 ‘ㅢ’의 경우, 여러 발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낱말 처음에 오는 '의'

의사(醫師)[의사]


낱말의 처음이 아닌 자리에 오는 '의'

주의(注意)[주ː의/ː이]


다른 말 뒤에 붙어서 나오는 '의'

꽃의 향기[꼬츼향기/꼬체향기]


'늬'와 '희'

무늬[무니], 희망[히망]


※ 강의[강ː의/강ː이]

강의의[강ː의의/강ː이의/강ː의에/강ː이에]

현행 표준 발음법에는 둘 이상의 발음을 표준으로 규정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그리하여 하나의 단어에 원칙 발음과 허용 발음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최고(最高)[최ː고/췌ː고]

이것은 실제 발음에서 보이는 다양한 발음상의 변이를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성과 합리성

그렇다고 해서 표준어의 모든 실제 발음을 표준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표준 발음과 현실 발음의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실제 발음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표준 발음을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전통성과 합리성에 위배된다면 실제 나타나는 발음이라도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통성 = 역사성

합리성 = 이론적 통일성


전통성

전통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이전부터 내려오던 발음상의 관습을 감안한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성을 고려한 표준 발음의 예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모음의 장단

하나는 모음의 장단입니다. 현실 발음에서는 됩니다. 요즘은 모음의 장단이 정확히 구별되지 않거나 모음의 장단과 관련된 변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현대의 언중들은 각 단어별 모음의 장단을 정확하게 구별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합니다.

모음의 장단을 정확히 구별하여 사용하는 경우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뉴스 전달 과정이나 고령자들의 대화 정도입니다. 연령이 내려갈수록 모음의 장단을 혼동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는 모음의 장단이라는 것이 자음의 소리와는 달리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이 아니고 단어별 모음의 장단까지 정확히 배우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굉장한 공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음의 장단은 이전부터 오랜 기간 구별되어 왔으며 단어의 의미 변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보통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를 '음운'이라고 하는데 이 음운은 다시 음소와 운소로 나뉘게 됩니다.

음소는 시간적 연장을 가지고 실현되어 분절적 특성을 지니는 소릿값을 가지는 것으로, 자음이나 모음이 이에 해당합니다.

운소는 소리의 길이나 높낮이·강약 등과 같이 음소에 얹히는 운율적 요소들을 가리킵니다. 국어에서는 소리의 길이가 말의 의미를 구별해주는 유의미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눈[目][눈] / 눈[雪][눈ː]

밤[夜][밤] / 밤[栗][밤ː]

배[腹][배] / 배(倍)[배ː]

표준 발음법에서는 모음의 장단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을 해 두었습니다. 특히 장단의 변동 또는 장모음의 위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단모음 ‘ㅐ’와 ‘ㅔ’의 구별

전통성을 고려한 표준 발음 제정의 또 다른 예로는 단모음 ‘ㅐ’와 ‘ㅔ’의 구별을 들 수 있습니다. ‘ㅐ’와 ‘ㅔ’는 원래 명확하게 구별되는 단모음들이었습니다.

ㅐ의 발음 /ɛ/

ㅔ의 발음 /e/

그러나 현재는 일부 지역의 노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두 단모음을 명확히 구별하여 발음하지도 못하고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ㅐ’와 ‘ㅔ’를 구별하지 못하여 표기 실수를 많이 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단모음은 오랜 기간 별개의 단모음으로서 그 지위가 확고했고 여전히 구별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을 감안하여 표준 발음법에서는 ‘ㅐ’와 ‘ㅔ’를 항상 다르게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합리성

전통성 이외에 합리성도 실제 발음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닭 : 닭이[달기], 닭을[달글], 닭은[달근]

흙 : 흙이[흘기], 흙을[흘글]

여덟 : 여덟이[여덜비], 여덟을[여덜블], 여덟은[여덜븐]

가령 ‘닭, 흙, 여덟’과 같이 겹받침을 가진 체언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결합할 때 겹받침 중 하나를 연음해야 하므로, ‘닭이[달기], 닭을[달글], 닭은[달근]’, ‘흙이[흘기], 흙을[흘글], 흙은[흘근]’, ‘여덟이[여덜비], 여덟을[여덜블], 여덟은[여덜븐]’으로 발음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현실 발음에서는 오히려 겹받침 중 하나를 탈락시켜 ‘[다기], [다글], [다근]’, ‘[흐기], [흐글], [흐근]’, ‘[여더리], [여더를], [여더른]’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발음은 합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맛있다 : [마딛따](원칙), [마싣따](허용)

멋있다 : [머딛따](원칙), [머싣따](허용)

‘맛있다, 멋있다’의 원칙 발음을 ‘[마딛따], [머딛따]’로 정한 것도 합리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가 뒤따르는 경우에는 받침 ‘ㅅ’이 대표음 [ㄷ]으로 바뀌는 것이 국어의 발음 규칙이므로 ‘[마딛따], [머딛따]’가 합리적인 발음입니다. 다만 ‘맛있다, 멋있다’를 ‘[마싣따], [머싣따]’로 발음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여 이 경우에는 실제 발음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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