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제1항 - 어법에 맞도록

어문규범/한글 맞춤법|2019. 2. 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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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법에 맞도록 함

어법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법02 (語法) [어ː뻡]
활용 정보: 〔어법만[어ː뻠-]〕
    
「명사」『언어』

    말의 일정한 법칙. ≒말법01.
    ¶ 어법에 맞다/어법에 어긋나다/손윗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우리말의 어법이다.


「참고 어휘」문법01(文法).

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어법을 위 정의 그대로 혹은 좁게 해석한다면 말을 하는 일정한 법칙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해석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어법이라는 단어의 사고 범주와 약간 떨어져 있습니다. 그보다는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어법1 [語法] [어:뻡] 

 
[언어] 말이나 글의 일정한 규칙이나 법칙.

이라는 정의가 좀더 와닿습니다.

즉 어법이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말과 글(글자)을 일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전하고자 하는 의미 또는 의도가 왜곡되지 아니하고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동일 언어권의 사용자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한 일종의 법칙을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의미 또는 의도가 왜곡되지 아니하고라는 부분으로 이를 달리 말하면 정확한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즉 어법의 핵심은 의미의 온전한 전달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놓인 환경에 따라 변화 내지는 굴절하지 않는 고정된 형태의 말(음성/음운)과 글자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어법은 말보다 글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이 어법을 글자 표기 차원에서 가장 낮은 단계까지 내려가 직설적으로 설명하면 결국은 각 형태소들을 일정한 법칙에 따라 나열한다는 말입니다.

국어를 공부할 때 이 형태소라는 말을 참으로 자주 듣게 되는데요. 이 형태소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형태-소 (形態素)
활용 정보:
   
   
「명사」『언어』

    「1」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이야기책’의 ‘이야기’, ‘책’ 따위이다.

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형태소라는 이름이 정말 잘 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또는 유사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공통된 배경을 통해 형성한, 공통된 특성을 추출한 추상적 이미지(심상) -그것이 일정한 형태를 가진 사물이든, 어떤 형태를 취할 수 없는 사상이나 생각 혹은 느낌 등 경계가 희미한 인간 사고의 덩어리이든, 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행위나 사건이든 간에-의 의미를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형의 각 내용들(의미, 의도 등)에게 어떤 형태로든 고정된 이름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음성, 음운, 단어 등)은 발신자에 따라 달라지거나, 의사 전달의 매개체로 선택된 수단을 도구로 정해진 고유의 이름들이 사용될 때의 환경에 따라 일일이 변화한다면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한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이란 그런 것입니다.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부여된 것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부여 수단이 소리라면 음운을 가지게 될 것이고, 부여수단이 문자라면 특정한 철자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이름은 동일 언어권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고 동일 민족이나 국가 단위 수준에서 해당 구성원들이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 이름을 문자 표기 차원에서는 맞춤법 또는 표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음운적 측면에서는 표준발음법이라는 이름으로 합의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각 뜻에 부여한 이 고정된 형태의 이름을 보다 쉽게 전하기 위해 배치 순서와 방법을 규정한 것이 어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법에 맞게 쓴다고 하는 것은 이 변하지 않는 형태들을 일정한 규칙에 맞춰 쓴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이미지(심상)의 의미를 문자로 이름을 짓는다고 할 때 이름은 형태의 불변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과 각 의미들은 다층적 층위의 복합적 의미 전달을 위한 재료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형태소라는 단어는 정말 잘 지어진 이름입니다.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은 결국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형태소의 본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의미입니다.

(늙고)[늘꼬]   (늙지)[늑찌]   (늙는)[능는]

위 단어들의 사전 등재 표제어는 늙다입니다. 이 단어의 기본 의미는 나이를 먹다입니다. 이 나이를 먹다라는 의미를 가진 형태소가 '늙'입니다.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최중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형태소가 바로 '늙'인 것이지요. 이것을 우리는 실질형태소라 부릅니다.

이 '늙'을 제외한 단어들 '고, 지, 는'은 용언의 어간 뒤에 붙은 어미로, 중심 의미를 지니는 어간이 문장 내에서 가지는 문법적 관계를 표현하는 형태소로 우리는 이를 형식형태소라 부릅니다.

그러나 형식형태소라고 해서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들도 각각의 구별되는 의미를 분명 가지고 있으며, 단지 중심 의미들간의 관계를 분명히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늙고, 늙지, 늙는 단어들을 우리는 [늘꼬], [늑찌], [능는] 이라 발음하지만 글로 표기할 때 우리는 독서할 이의 능률적 이해, 더 나아가 보다 정확한 의미 포착을 돕기 위해 각 의미의 기본형을 밝혀 적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형태소들의 고정성이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심 의미의 전달이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우리는 발음의 편의를 위해 변형을 가할 수 있는데 중심의미를 내포하는 실질형태소는 온전한 의미 전달을 위해 기본형을 유지하고, 문법적 관계를 표현하는 형식형태소에 변형을 줌으로써 발음의 편의를 확보해줌과 동시에 이것을 표기에도 적용함으로써 소리대로 적는다는 원칙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막-아 / 먹-어     소-가 / 말-이

아/어와 가/이는 각각 동일한 의미와 역할을 가지지만 앞말의 음운적 특성에 따라 사람의 발음 편의성을 위해 형식형태소의 변이형태를 인정한 경우입니다.

막아/먹어의 경우는 모음조화를 적용한 경우이고, 소가/말이는 자모음의 유연한 발음 연결(말이 - 연음 법칙)을 위해 인정한 경우입니다.

ㅅ+ㅗ+ㄱ+ㅏ     ㅁ+ㅏ+ㄹ+ㅣ

만약 어느 한 형태로 고정시키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막어'나 '말가' 같이 고정시킨다면 우리는 발음할 때 상당한 긴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듯 만약 음운형태를 일의적으로 통일시키면 국어의 음운 특성상 굉장한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것이 어법에 맞게 한다로 정하지 아니하고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로 규정함으로써 예외를 인정한 이유입니다.

‘국어(國語) <나라+말>, 남아(男兒) <남자+아이>’

참고로 한자어는 각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니는 표의문자이므로 각 글자를 실질형태소로 인정, 각 글자의 음을 온전히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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