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어문규범/한글 맞춤법|2019. 2. 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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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1항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 제1항은 한글 맞춤법의 대원칙을 선언한 항목입니다. 이 항목에서 우리는 몇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과 글에 관련한 여러 어문 규범 중 맞춤법에 대한 규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맞춤법 중 한글을 대상으로 한 표준 표기법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제가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학습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문 규범이라 함은 결국 동일 언어권의 사람들이 공간, 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언어의 변화로 생기는 소통의 왜곡을 막고자 특정한 형태로 고정시키고 그것을 해당 언어권의 모든 사람들이 익히고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그러한 어문 규범들 중 맞춤법은 비휘발성 정보 전달 매개인 문자의 통일된 표기법입니다. 우리는 맞춤법은 문자 표기법이라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춤법은 발음법이 아닙니다. 발음에 대한 내용은 표준어 규정 내 표준 발음법으로 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의 원칙 3요소

규정 대상 - 표준어

한글 맞춤법의 사정 대상은 표준어입니다. 이는 사투리나 기타 비표준어는 규정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입니다.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로마자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그외에 사투리 표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로 찾을 수 있도록 등재되어 있을 뿐 위 어문 규범들처럼 따로 규정이 있지는 않습니다. 표준어에 대한 내용은 추후 표준어 규정을 다룰 때 자세히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표기 방법 - 소리나는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규정을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라는 근본 원칙에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해석은 이 규정은 문구를 좀더 풀어서 설명했을 뿐 본질은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1항을 공부할 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지요.

어법이라는 제약조건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문장'내에서의 나뭇잎이 아니라, '나뭇잎'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표기할 때, 우리는 위 규정대로만 표기한다면 우리는 '나문닙'이라고 적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뭇잎'이라 적고 [나문닙]이라 발음합니다.

현실에서의 우리말과 글 사용 양상을 보면 위 규정보다는 어법에 맞도록 적되, 소리대로 적음을 원칙으로 한다. 라고 재규정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어법의 실제적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경우 조선어 신철자법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1. 朝鮮語 綴字法은 現代 朝鮮 人民의 言語 意識 가운데에 共通的으로 把握할 수 있는 것은 一定한 形態로 表記함으로써 原則을 삼는다.

2. 朝鮮語 綴字法은 그 表記에 있어 一般 語音學的 原理에 依據하되 朝鮮 固有의 發音上의 諸規則을 尊重한다.

북한의 경우는 형태음소적 표기법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이 2017년에 일부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정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2가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어문 규정이 '한글' 맞춤법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계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표음주의의 전통성과 표의주의의 합리성

단어를 표기함에 있어서 두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표음주의와 표의주의 이 두가지인데요. 표음주의는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반대로 표의주의는 단어를 어법에 맞도록 표기하는 원칙을 일컫습니다.

한글의 근원이 되는 훈민정음은 창제 당시 표음주의 표기법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적을 때 연철 표기법이 기본 표기 원칙이었지요. 이 원칙은 이후 중철, 분철이 나타나면서 그 세가 약해지긴 했지만 명맥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훈민정음을 이어받은 한글은 한글 맞춤법의 첫번째 항에서 앞부분에 소리나는대로 적는다고 적시함으로써 전통성을 내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어법에 맞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단서를 달았는데요. 여기서 어법이란 우리가 보통 아는 정의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여기서 어법은 의미 구별을 위해 기본 원형을 밝힌다 정도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겁니다. 여기서 원형을 밝혀 적게 되는 대상은 실질적이고 중심적인 의미를 지니는 최소한의 언어단위인 실질 형태소입니다. 이 실질 형태소 안에는 체언, 수식언, 감탄사, 용언의 어근이 포함됩니다. 이것들은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그 원형을 유지합니다. 의미 전달의 능률을 위해 의미를 구별할 수 있는 원형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는 합리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현행 한글 맞춤법 제1항은 결국 전통성의 표음주의와 합리성의 표의주의를 절충한 표현인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의 통시적 관점

현행 한글 맞춤법은 1933년 10월 29일(당시 한글날) 발표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직접적으로 이어받아 1988년 문교부 고시로 발표되어 2번의 개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한글 마춤법 통일안 총론의 첫번째 규정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一、 한글 마춤법(綴字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語法에 맞도록 함으로써 原則을 삼는다。

이것을 현행 한글 맞춤법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마춤법을 현행 표준어인 맞춤법으로 고치고 표준말을 표준어로 고치고, 표현을 다듬은 정도로 그칠 뿐 그 본질은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어학회의 이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발표될 당시에는 전근대적인 관습 한글 표기가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긔ᄎᆞ, 샤회, 녀ᄌᆞ, 엇개, ᄲᅡᆯ내 등과 같이 언중들이 쓰는 현실 발음과 당시 표기의 괴리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소리나는 대로의 의미는 위의 역사적 표기를 버리고 현실 발음대로 표기한다는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현행 맞춤법까지 내려 온 것이지요.

표준 발음법과 한글 맞춤법의 관계

소리나는대로만 표기한다면 굳이 이 맞춤법을 규정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습니다. 아무리 표준발음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표준발음법을 지켜 발음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청자는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소통의 왜곡이 일어나게 됩니다. 화자는 A를 전달하기 위해 a라는 소리를 내었지만 청자의 경우 A라는 이미지를 b라는 소리로 대응해 인지하고 있다면 소릿값의 불일치로 전달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맞춤법의 표기 그대로 발음하려 하는 경우, 사람의 구강 구조상 유사한 조음위치에서 발음을 하거나 역시 유사한 조음방법을 사용해 발음하려는 발음경제상의 욕구는 표기로서의 맞춤법과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물의 명확한 구별을 위해 동음이의어를 가능한 줄이기 위한 표기법상 노력도 맞춤법과 표준 발음의 차이를 만들어 낸 원인입니다.

또 하나는 현재 발음법이 소리의 변주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흙'에 다양한 문법 형태소를 붙여 의미를 분화시켜 전달하는 경우를 들어봅시다.

 흙[흑] - 일반 명사 / 음절 끝소리 규칙

흙이[흘기] - 일반 명사+주격 조사 / 연음 법칙

흙을[흘글] - 일반 명사+목적격 조사 / 연음법칙

흙과[흑꽈] - 일반 명사+접속 조사 or 동반 부사격 조사 / 음절 끝소리 규칙, 된소리 되기

흙만[흑만 -> 흥만] - 일반 명사+보조사 / 음절  끝소리 규칙 , 자음동화(비음화)


'흙'이 [흑], [흘기], [흘글], [흑꽈], [흥만] 이렇게 소리가 변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것을 소리나는 대로만 적인 글에서 흙, 흙이, 흙을, 흙과, 흙만이라는 이미지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까요?

우리 수학의 함수 파트를 떠올려 봅시다. 집합 X가 표준어, 집합 Y가 표준발음, f(x)를 표준 음운변동이라 정해봅시다. 집합 X 안에 '흙' 계열의 단어 원소들이 있는데 표준 음운 변동 규칙이라는 함수를 거쳐 1대1(많게는 1대2) 로 대응 발음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기본 어형이 있고 또 기본 음운 변동 규칙이 있기에 대응되는 해당 발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발음이라는 결괏값을 통해 문제였던 기본 어형을 추측해내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토양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흙'이라는 단어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발음에서 기본 어형을 떠올리려면 우리는 [흑, 흘, 흥] 이 세가지를 토양과 연결해야 합니다. '꽃'의 경우는 [꼳], [꼬ㅊ], [꼰]을 꽃과 연결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1항 후단, 어법에 맞도록의 현실적 의미

훈민정음 창제 당시는 연철표기를 기본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쓰는 사람의 의사 전달을 우선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훈민정음 어제 서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위하여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당시에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은 자신의 의사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말이 그대로 글이 되는 것이 필요하였을 겁니다. 일단 표현할 수 있어야 남들이 귀기울여줄 테니까요. 이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연철 표기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중등교육 이상을 수학하는 요즘 사회에서 이제 의사소통의 중심은 발신자에서 수신자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소통의 기본 명제는 남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달 대상이 자신의 의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굴절되지 않는 핵심 어형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이 분철, 형태음소적 표기, 표의주의 표기 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이제 현실 어문 생활에서 표기의 중심은 소리에서 의미로 이동했습니다. 따라서 맞춤법의 표기 원칙의 중심은 표음주의에서 표의주의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합니다. 불규칙 용언이 적용되는 '덥다'나 접미사의 생산성 저하로 인한 원형 유지 필요성이 사라진  우습다, 미덥다, 마중, 그외 언중들의 관습이 표준어가 된 빈대떡, 생인손, 코주부 등은 소리나는대로의 표음주의가 적용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외적 현상인 것이지요.

소리나는대로가 원칙이고 어법에 맞도록이 조건으로 달려 있다고 한들 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정보의 전달은 말보다는 문자가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문자의 의미 전달은 명확히 구별되는 이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고려해볼 때 한글현대 국어에서 한글 맞춤법의 핵심은 조건인 어법에 맞도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1항에 관련하여 예를 들지 않고 설명을 하였습니다.  다음 글은 1항을 예시들을 들어 보충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2항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 제2항은 문장을 쓸 때 단어별로 띄어 씀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글 맞춤법 제5장 띄어쓰기를 이야기할 때 자세히 설명하도록 ㅠ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3항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3항은 외래어 표기에 대한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에서 외래어 표기를 다루기에는 한글 맞춤법의 취지상 그다지 맞지 않고 다루어야 할 내용 또한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것을 따로 모아 규정집을 만들고 그 규정에 따라 표기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외어 표기법에 대한 설명은 추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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